로봇 모니터 배터리까지..'이것'의 변신은 무죄

    종이는 무엇으로 만들까, 또 종이로는 무엇을 만들까.

    상식적으로 답하자면 쉬운 질문이다. 종이는 나무로 만든다.나무에서 나온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는 책과 공책, 포장지, 최근 들어서는 종이빨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종이를 나무로만 만드는 게 아니다. 지난해에는 '꽃가루'로 만든 종이가 세상에 알려졌다. 꽃가루는 동물로 치면 정자에 해당하는 생식세포를 멀리 전달하기 위한 기관이다. 종족 번식이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특성이 있다.

    지난해 4월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해바라기 등 꽃의 꽃가루를 가공해 젤리 형태의 소재를 만들고, 이를 건조시켜 종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딱딱한 꽃가루를 염기성 용액에서 오래 배양해 부드럽게 바꾸고 여기에 수산화칼륨 수용액을 넣고 80도의 열을 가해 12시간 동안 배양했다. 꽃가루는 서로 뭉쳐져 끈적한 형태의 젤이 됐고, 이 젤을 건조시키니 나무의 섬유질인 펄프가 엉겨 종이가 되듯이 꽃가루도 종이가 됐다. 연구진은 이 종이에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인쇄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됐다.

     

    이 종이는 제조 조건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만능종이'이기도 했다. 제조 과정에서 공기 중에 노출을 시키면 투명한 종이가 됐고, 노출을 시키지 않으면 불투명한 종이가 된다. 두께와 표면 거칠기를 조절하면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늘어나거나 수축했다. 이러한 '꽃가루 종이'의 특성은 근육이나 모터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오징어와 누에고치 연골로 투명하고 강하면서 자연에 무해한 나노종이를 개발한 연구진도 있다. 울산대학교 진정호 첨단소재공학부 교수와 박장웅 교수, 배병수 KAIST 교수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나노종이는 오징어 연골의 주 구성물질인 키틴 나노섬유와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을 혼합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나노종이는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하면서도 고성능 합성 플라스틱과 유사한 수준의 기계적인 강성을 나타내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생분해도 가능했다.

    이 나노종이는 유리만큼 투명해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스마트폰 강화유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기대다. 관련 연구 결과는 2018년 6월 신소재 분야 저널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터리얼스'의 표지논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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